한국공포소설의 수작, 김종일의 [손톱]



장르문학 중에서도 유독 척박한 장르가 한국공포문학입니다.

예전 PC통신 시절 무서운 이야기와 괴담류의 책들이 쏟아진 적은 있지만

문학적 완성도를 갖춘 진정한 정통공포소설이 적어도 국내엔 없었습니다.

한국에도 공포소설이 있냐고 누군가 물으면 이제 주저없이 [손톱]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김종일 작가의 [손톱]은 그만한 작품성과 재미를 갖춘 작품입니다.

 

 

 

아래는 알라딘의 책소개와 정보입니다.

http://www.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8925516675

 

 



공포 연작소설 <몸>으로 제3회 황금드래곤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분신사바>의 작가 이종호와 의기투합하여 공포문학 창작집단 '매드클럽'을 결성하며 한국공포문학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소설가 김종일의 신작 장편.

딸을 유괴살인으로 잃고 남편과 이혼한 네일 아티스트 홍지인은 어느 날부터인가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꿈에서 그녀는 추악한 범죄를 일삼는 사이코패스, 존속살인자, 고문수사관이다. 그리고 악몽에서 깨어날 때마다 끔찍한 고통만 남긴 채 하나씩 사라지는 손톱.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의 시 '거울'과, 뉴질랜드 원주민 부락에서 왕족의 손톱을 먹고 주술을 부린다는 '라만고' 설화를 소설의 모티프로 삼았다. 단행본으로 출간되기 전 온라인상에 연재되었고, 이를 눈여겨본 영화사 씨네라인에서 책이 출간도 되기도 전에 영화화를 결정, 2008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다.
 


"라만고가 뭐죠?"
내가 다급하게 물었지만 남자는 급할 게 없는 모양이었다. 그는 치밀어 오르는 열기를 발산하듯 나를 향해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라만고? 손톱 처먹는 새끼들. 한 번에 하나씩. 맛있게 처먹어. 니 손톱, 라만고가 뽑아먹는 거야. 꿈꿀 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네 개? 아직 멀었어. 열 개가 다 뽑혀야 해. 따악 열흘만 참으면 자연히 알게 돼. 라만고가 뭔지 누가 얘기 안 해줘? 최근에 주변서 골로 간 인간."
전남편!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눈앞에 나타났던 전남편이 떠올랐다. 난데없이 나타난 그는 나를 힐난하고 "라만고"라 중얼거리고는 순식간에 증발했다. 내 놀란 표정을 읽은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근데 라만고가 뭔지 알게 되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야. 라만고는 당신이 모르구 있는 걸, 까맣게 잊구 있는 걸 알고 있는 놈이야. 그래서 매일 밤 니 손톱을 처먹는 거야." - 본문 중에서



김종일은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그는 꽤나 복잡한 이야기를 치밀하고 정교하게 엮어낸다. <손톱>은 한국장르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이다. - 유정호 (이산영화사 대표)

마지막 순간, 무장해제상태에서 멍하게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느낌! <손톱>은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독특하고 뛰어난 공포 스릴러다. 김종일 소설의 장점은 탁월한 구성력, 뛰어난 흡인력과 함께 영상적 이미지가 바로 떠오른다는 데 있다. 어서 영화로 만나고 싶다. -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 영화 '이프', '아내가 결혼했다' 제작)

김종일은 한국공포문학이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평가할 때 첫손에 꼽을 만한 작가다. 그동안 척박했던 한국공포문학이 힘차게 도약했다는 확신을 품게 하는 작품 <손톱>은 씨줄과 날줄로 빈틈없는 미스터리적 그물을 쳐놓고 작중인물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뛰어난 공포소설이다. - 이종호 (소설 <분신사바>, <이프>의 저자)


    

한국공포문학의 견인차, 김종일의 신작
한국공포문학의 대표 작가 김종일의 신작 장편 『손톱』이 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출간되었다. 깊이 있는 문체, 섬뜩한 세부 묘사와 내용 전개로 제3회 황금드래곤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김종일은 한국의 이토 준지라고 불리며 『이프』,『분신사바』의 이종호에 버금간다는 평을 받아왔다.
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의 시 「거울」과, 뉴질랜드 원주민 부락에서 왕족의 손톱을 먹고 주술을 부린다는 라만고를 키워드로 전개되는 지적인 공포스릴러 『손톱』. 재미와 작품성 모두를 아우르고 있는 웰메이드 소설이다. 『손톱』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개와 치밀한 구성으로 ‘이야기의 힘과 재미’를 독자에게 선사하며 한국공포문학은 물론 장르문학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증...

진정한 공포를 보여주는 한국적 공포스릴러의 창조적 역작
지난 해 공포문학은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들의 흥행과 함께 독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 최근 스티븐 킹의 『미스트』 등은, 영화계를 빈곤한 소재와 시나리오 부재, 『링』의 사다코 망령에서 벗어나게 해준 작품으로, 영화의 인기와 함께 원작소설 또한 화제를 낳았다.
김종일 작가가 자신의 인터넷 카페 ‘김종일의 공포소설’에서 『손톱』을 연재하고 있을 때 이미 영화계에서는 이 작품을 주목하고 있었다. 그리고 『친구』, 『말아톤』, 『마이 파더』를 제작한 씨네라인에서 출간이 되기도 전에 영화화를 결정, 올 여름 개봉을 목표로 시나리오 작업 중에 있다. 2008년 여름, 인간의 잔혹한 본성 자체가 진정한 공포임을 역설할 또 하나의 웰메이드 공포영화를 기대해본다.

by 유령 | 2008/01/31 13:11 | 공포/미스터리소설 리뷰 | 트랙백 | 덧글(3)

호러의 미래, 클라이브 바커의 [요괴렉스]


    요괴렉스

 
       저자 : 클라이브 바커
      번역 : 김정화
      출판사 : 씨앤씨 미디어
      초판 1쇄 발행 : 2000년 8월 11일

 
[요괴렉스]는 스티븐 킹이 '현대 호러의 미래'라고 극찬한 공포영화 [캔디맨]과 [헬레이저]의 감독이기도 한 클라이브 바커의 공포소설이다. 요괴렉스는 [피의 책] 시리즈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원서는 모두 6부작으로 되어있다고 하는데 왠지 국내에서는 3부작으로만 기획이 된 작품이었다.

요괴렉스에는 영화의 아들, 해골 요괴 렉스, 수의를 입은 포르노그래피의 고백, 희생양, 인간의 흔적 등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1편에 수록된 '한밤의 식육열차'는 현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많은 독자들이 지금은 절판된 이 작품을 구해보고 싶다는 글을 게시판에서 종종 접한 관계로 이중 세 작품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수의를 입은 포르노그래피의 고백>


이 작품은 전형적인 유령이야기다. 평생 금욕적인 삶을 살아온 회계사 로니. 그런데 그의 가장 큰 고객이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맥과이어가 바로 포르노잡지를 파는 조직의 두목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로니는 조직의 음모로 인해 포르노그래피란 누명을 쓰고 살해당한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에겐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치욕스러운 기억과 상처를 남긴 채. 하지만 로니는 죽지 않았다. 아니 육신은 죽었으되 정신은 깨어났다. 자신의 죽은 육신위에 덮여있던 수의를 뒤집어쓰고 그는 바야흐로 유령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는 이제 흰 천을 펄럭이며 형체는 있으되 실체는 없는 완벽한 유령의 모습으로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살해한 로니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 희생양 >


소설의 화자는 '나'라는 1인칭이다. 나와 일행은 바다에서 조류에 떠밀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낯선 섬에 도착한다. 왠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자갈투성이의 작은 섬. 나와 일행은 배가 수리되기를 기다린다. 안개가 걷히고 섬의 전체모습이 드러난다. 악취를 풍기는 오물덩어리에 파리 떼가 들끓고 언덕에는 양 세 마리가 묶여있다. 섬은 바다에서 익사한 시체들이 조류에 떠밀려와 만들어진 무덤이었으며 섬에 묶여져있던 양은 인근의 사람들이 바다에서 익사한 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섬에 바치는 제물이다. 결코 산 자가 올라서면 안 되는 섬. 바다에 고립된 섬. 섬은 익사자들의 시신으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모르는 나와 일행은 그 시신 위에서 밥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섹스도 한다. 그렇다면 이후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 자신들의 육신을 밟고 노래를 하며 섹스를 즐기는 산 자를 바라보는 죽은 자의 시선. 그 보다 더 무서운 게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개인적으로 <희생양>은 짧지만 요괴렉스에 실린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 해골 요괴렉스 >


수세기전 사람들에 의해 땅에 묻혀졌던 요괴가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경작하던 한 농부에 의해 봉인이 풀리며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요괴. 중세 야만 사회에나 어울릴 법한 그 동물 또는 악마가 인공위성이 우주를 떠다니는 현대사회에 과연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책에서 묘사되는 요괴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영화 에이리언에서 시고니 위버가 우주선에서, 그리고 버려진 행성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던 외계생물 에어리언의 모습이다. 요괴는 바로 그 에어리언 만큼이나 불가항력적이고 도무지 생소해 현대인들에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작정 두려움을 일으키게 만드는 대상이다.


그래서 중세 사람들에 의해 암흑 속에 봉인되어 있던 요괴가 현실 속에 다시 풀려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대적이다. 수세기 동안 수없이 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땅, 질 마을. 하지만 지금은 관광도시로 휴양도시로 더할 수 없이 평안한 땅이기도 한 질 마을에 나타난 요괴는 휴식과 안락을 찾아온 관광객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그 공격은 상상할 수 없을 만치 야만적이고 잔혹하다. 갓난아기를 잡아먹고 사람의 내장을 꺼내 끌고 가는가 하면 달리는 자동차를 보고는 신기한 적을 만났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한다. 사람들은 요괴의 그 절대적 힘과 야만성에 압도당하며 그 동안 자신들이 굳게 믿어왔던 모든 믿음과 이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다. 결국 요괴의 가공할만한 힘 앞에 성직자인 디클란은 요괴의 배설물로 세례를 받고 요괴에게 자신의 영혼을 바친다. 보이지 않는 믿음보다 눈앞의 절대적인 힘이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클라이브 바커는 요괴렉스를 통해 지금은 우리가 잊어버린 고대의 공포를 부활시켰다. 아주 오래 전 우리의 내면 어딘가에 존재하다 퇴화해 버린 그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공포를 그는 다시 현대사회에 풀어놓은 것이다. 우리는 책을 덮는 순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그 공포는 요괴가 아닌 다른 어떤 형태로도 언제든 오늘날의 이 땅에 다시 부활할 수 있음을. 그것이 전쟁이건, 사이비 종교건, 미치광이건 아니면 정말로 요괴렉스이건.


씨앤씨미디어에서 뉴라인 호러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던  [피의 책]은 불행하게도 출판사가 문을 닫음으로써 1부 [피의 책],  2부 [요괴렉스] 이 두 편만 국내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영국 ‘환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이 [피의 책] 시리즈는 다른 책에서 잘 접할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고딕호러를 현대로 가져와 새롭게 재창조한 듯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by 유령 | 2007/12/31 13:00 | 공포/미스터리소설 리뷰 | 트랙백 | 덧글(1)

숨겨진 걸작 공포소설 [메두사]

메두사

저자 : 이노우에 유메히토
번역 : 송영인
출판사 : 시공사
초판 1쇄 발행 : 1998년 9월 30일


스포일러가 완전히 드러나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영화감독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 건축가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건축물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 가수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노래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
이런 질문과 대답에는 왠지 남다른 기대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공포소설가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공포소설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게다가 딱 한 작품만 고르라고 잔인하게 몰아붙인다면 그 대답에 대한 기대치가 조금은 더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까. ‘메두사’는 필자에게 그런 소설이다. 딱 한 작품만 고르라면 ‘메두사’라고 늘 답할 수 있는.

98년인지 99년인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일본 공포문학 대상 수상작인 ‘제3의 인간’은 필자가 접한 최초의 일본공포소설이자 국내에 출간된 첫 번째 일본공포소설이기도 했다. 이 작품을 읽고 속된 말로 필이 꽂혀, 당시엔 인터넷 서점이 없었으므로, 서점이란 서점은 죄다 돌아다니는 발품을 팔아 간신히 찾은 일본 공포소설 ‘메두사’.

메두사의 매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공포/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에서 이보다 더 매력적인 요소는 없을 것이다.

메두사의 가장 중요한 스포일러이자 반전이자 놀라운 설정은 스스로의 몸에 시멘트를 부어 굳은 채 죽은 약혼녀의 아버지 후지요조가 책의 말미에 가면 바로 주인공인 ‘나’로 바뀌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멋진 기적이며 소름끼치는 운명인가. 소설의 첫 장과 마지막 장이 같은 소설. 소설의 첫 장에 나온 것처럼 나는 어느새 후지요조가 되어 시멘트를 스스로의 몸에 부어야 하는 이 기발하면서도 섬뜩한 이야기.

필자가 어릴 적 그토록 좋아했던 추리소설에 조금씩 식상해지기 시작한 건 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결국은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이성의 틀에 갇혀버리고 마는 결말의 정형성 때문이었다.

‘메두사’는 그 어떤 추리소설보다 흥미로운 퍼즐게임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후 그 이성적 상상의 범위를 가볍게 뛰어넘는다. ‘링’이 여러 기발한 설정과 장치들로 쌓아올린 인위적인 공포의 진수성찬처럼 느껴진다면 ‘메두사’는 단 하나의 설정만으로 현대인의 견고한 이성이라는 벽에 균열을 만들어내는 날 것의 자연산 공포가 느껴진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책의 말미에 서평을 쓴 사람이 다름 아닌 김지운 감독이다. ‘시공사로부터 서평 원고를 부탁 받았을 때 난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로 서평을 시작한 당시만 해도 김지운 감독은 막 영화 ‘조용한 가족’을 발표한 신인감독이었다. 그래도 공포영화를 연출한 감독이라고 출판사에서 서평을 부탁했던 모양인데 지금 보니 이 또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아닐 수 없다.



불행히도 ‘메두사’는 이미 오래전에 절판된 작품으로 집근처 공공도서관이나 찾아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똑같이 절판된 운명에 처해졌던 ‘검은 집’과 ‘링’, ‘오디션’이 멋진 양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재출간되었음에도 이 ‘메두사’만은 여전히 기억의 저편에 박제된 걸작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필자는 믿고 싶다. 언젠가는 이 명품 호러 소설이 당당하게 독자의 곁으로 다시 돌아와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오리라는 것을.



by 유령 | 2007/12/28 14:47 | 공포/미스터리소설 리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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