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의 미래, 클라이브 바커의 [요괴렉스]


    요괴렉스

 
       저자 : 클라이브 바커
      번역 : 김정화
      출판사 : 씨앤씨 미디어
      초판 1쇄 발행 : 2000년 8월 11일

 
[요괴렉스]는 스티븐 킹이 '현대 호러의 미래'라고 극찬한 공포영화 [캔디맨]과 [헬레이저]의 감독이기도 한 클라이브 바커의 공포소설이다. 요괴렉스는 [피의 책] 시리즈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원서는 모두 6부작으로 되어있다고 하는데 왠지 국내에서는 3부작으로만 기획이 된 작품이었다.

요괴렉스에는 영화의 아들, 해골 요괴 렉스, 수의를 입은 포르노그래피의 고백, 희생양, 인간의 흔적 등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1편에 수록된 '한밤의 식육열차'는 현재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많은 독자들이 지금은 절판된 이 작품을 구해보고 싶다는 글을 게시판에서 종종 접한 관계로 이중 세 작품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수의를 입은 포르노그래피의 고백>


이 작품은 전형적인 유령이야기다. 평생 금욕적인 삶을 살아온 회계사 로니. 그런데 그의 가장 큰 고객이자 친구라고 생각했던 맥과이어가 바로 포르노잡지를 파는 조직의 두목이란 사실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로니는 조직의 음모로 인해 포르노그래피란 누명을 쓰고 살해당한다. 독실한 크리스찬인 사랑하는 아이들과 아내에겐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치욕스러운 기억과 상처를 남긴 채. 하지만 로니는 죽지 않았다. 아니 육신은 죽었으되 정신은 깨어났다. 자신의 죽은 육신위에 덮여있던 수의를 뒤집어쓰고 그는 바야흐로 유령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는 이제 흰 천을 펄럭이며 형체는 있으되 실체는 없는 완벽한 유령의 모습으로  자신의 육신과 영혼을 살해한 로니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 희생양 >


소설의 화자는 '나'라는 1인칭이다. 나와 일행은 바다에서 조류에 떠밀려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낯선 섬에 도착한다. 왠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자갈투성이의 작은 섬. 나와 일행은 배가 수리되기를 기다린다. 안개가 걷히고 섬의 전체모습이 드러난다. 악취를 풍기는 오물덩어리에 파리 떼가 들끓고 언덕에는 양 세 마리가 묶여있다. 섬은 바다에서 익사한 시체들이 조류에 떠밀려와 만들어진 무덤이었으며 섬에 묶여져있던 양은 인근의 사람들이 바다에서 익사한 자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섬에 바치는 제물이다. 결코 산 자가 올라서면 안 되는 섬. 바다에 고립된 섬. 섬은 익사자들의 시신으로 만들어졌다. 그것도 모르는 나와 일행은 그 시신 위에서 밥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섹스도 한다. 그렇다면 이후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건 더 이상 놀랄 일은 없다. 자신들의 육신을 밟고 노래를 하며 섹스를 즐기는 산 자를 바라보는 죽은 자의 시선. 그 보다 더 무서운 게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  개인적으로 <희생양>은 짧지만 요괴렉스에 실린 단편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 해골 요괴렉스 >


수세기전 사람들에 의해 땅에 묻혀졌던 요괴가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경작하던 한 농부에 의해 봉인이 풀리며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요괴. 중세 야만 사회에나 어울릴 법한 그 동물 또는 악마가 인공위성이 우주를 떠다니는 현대사회에 과연 어울릴까 하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책에서 묘사되는 요괴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 가지 있다. 바로 영화 에이리언에서 시고니 위버가 우주선에서, 그리고 버려진 행성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던 외계생물 에어리언의 모습이다. 요괴는 바로 그 에어리언 만큼이나 불가항력적이고 도무지 생소해 현대인들에겐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무작정 두려움을 일으키게 만드는 대상이다.


그래서 중세 사람들에 의해 암흑 속에 봉인되어 있던 요괴가 현실 속에 다시 풀려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대적이다. 수세기 동안 수없이 많은 전쟁이 일어났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땅, 질 마을. 하지만 지금은 관광도시로 휴양도시로 더할 수 없이 평안한 땅이기도 한 질 마을에 나타난 요괴는 휴식과 안락을 찾아온 관광객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그 공격은 상상할 수 없을 만치 야만적이고 잔혹하다. 갓난아기를 잡아먹고 사람의 내장을 꺼내 끌고 가는가 하면 달리는 자동차를 보고는 신기한 적을 만났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한다. 사람들은 요괴의 그 절대적 힘과 야만성에 압도당하며 그 동안 자신들이 굳게 믿어왔던 모든 믿음과 이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는다. 결국 요괴의 가공할만한 힘 앞에 성직자인 디클란은 요괴의 배설물로 세례를 받고 요괴에게 자신의 영혼을 바친다. 보이지 않는 믿음보다 눈앞의 절대적인 힘이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클라이브 바커는 요괴렉스를 통해 지금은 우리가 잊어버린 고대의 공포를 부활시켰다. 아주 오래 전 우리의 내면 어딘가에 존재하다 퇴화해 버린 그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공포를 그는 다시 현대사회에 풀어놓은 것이다. 우리는 책을 덮는 순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공포가 사라지지 않았음을. 원시적이고 야만적인 그 공포는 요괴가 아닌 다른 어떤 형태로도 언제든 오늘날의 이 땅에 다시 부활할 수 있음을. 그것이 전쟁이건, 사이비 종교건, 미치광이건 아니면 정말로 요괴렉스이건.


씨앤씨미디어에서 뉴라인 호러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총 3부작으로 기획되었던  [피의 책]은 불행하게도 출판사가 문을 닫음으로써 1부 [피의 책],  2부 [요괴렉스] 이 두 편만 국내에 선을 보이게 되었다.  영국 ‘환타지 문학상’을 수상한 이 [피의 책] 시리즈는 다른 책에서 잘 접할 수 없는 대단히 독특한, 고딕호러를 현대로 가져와 새롭게 재창조한 듯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품이다. 

 

by 유령 | 2007/12/31 13:00 | 공포/미스터리소설 리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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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수습기자 at 2008/07/09 20:33
공포 문학의 거장 클라이브 바커가 돌아옵니다!!! 바로 단편 모음집 피의 책의 첫 번째 이야기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이 2008년 8월 14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요~~~ 공식 블로그도 오픈했으니 놓치지 말고 들러주셔요^^ http://blog.daum.net/mmt2008

더불어 '피의 책'도 스페셜 에디션으로 재출판될 예정이니 기대 많이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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