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2.0 인터뷰 - 한국에선 공포문학 하지 말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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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공포문학 하지 말라는 것”
<한국공포문학단편선> 이종호 작가
2007.01.03 / 허지웅 기자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이 지난 19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19세 미만 구독불가 도서’로 판정받았다. 문학적 완성도와 장르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유수 매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온 작품이다. 단편선의 주역인 이종호 작가(<분신사바> <이프>)를 만났다.



순식간에 청소년 유해 도서 작가가 됐다.
참담할 따름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가보니 청소년 권장도서와 유해도서가 따로 분류돼 있더라. 내 자식들이 애비가 참여한 소설 위에 붙여진 빨간 딱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지 떠올려보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된 것인가?
단편선의 소설들 가운데 신진오 작가의 <상자>와 우명희 작가의 <들개>, 박동식 작가의 <모텔 탈출기>가 문제가 됐다. 이 소설들에서 시체를 토막 내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다. 물론 그 사실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분량과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세 편의 소설에서 모두 사체를 절단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과 필요성을 따져봤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판정이다.

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어땠나?
공포문학이라는 생소한 시장을 개척한 사례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처음부터 높진 않았다. 하지만 입소문을 통해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했으며, 언론에서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초판 2천 부는 거의 팔린 상태다. 19일 오전에 출판사로부터 “<한국공포문학단편선 2권>을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었는데, 같은 날 오후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판정을 듣게 됐다.

출판사 측에선 별도의 재심의를 청구하지 않을 계획인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한국공포문학단편선>에 실린 폭력성이 문제가 됐다면, 국내 출간돼 현재 팔리고 있는 대부분의 장르 소설이 그 시퍼런 잣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출판사 황금가지는 장르 소설을 주로 출간하는 곳이고.

앞으로 이 책은 어떻게 되는 건가?
현재 전량 수거 중이다. 모두 수거해 비닐로 래핑한 후에 ‘19세 미만 구독불가’라고 새겨진 빨간색 딱지를 붙여 판매해야 한다.

서점에서 그런 책을 본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대형서점은 19세 미만 구독불가가 된 책을 진열대에 두지 않는다. 따로 한쪽에 모아두거나 카운터 밑에 소량을 구비해놓고 찾는 사람이 있으면 꺼내줄 뿐이다. 온라인서점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를 검색해 열람하려면 성인인증을 받아야한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 들어갔더니 아예 책 표지 이미지도 없어져버리고 ‘19’라고만 써 있었다. 말이 19세 미만 구독불가지, 전 연령대 독자층에 대한 접근성이 거의 사라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누가 어떻게 알고 이 책을 사겠나. 이건 사실상의 판매금지 조치다.

어떤 사람들은 '이슈가 되면 더 잘 팔리지 않겠느냐'라고도 한다.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앞서 말했듯 전 연령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판매가 잘 될 턱이 없다. 게다가 이번 일은 <한국공포문학단편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장르 문학 전체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전혀 다른 각도에서 거시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어째서 전체 장르 문학에 대한 위협이라는 건가.
이번 19세 미만 구독불가 조치는 장르 문학의 폭력성을 대상으로 행해진 매우 드문 경우다. 내가 알기론 최초다. 간행물윤리위원회로부터 19세 미만 구독불가를 받는 도서들의 99.9퍼센트가 선정성을 이유로 규제받는 것이다. 과거 마광수 교수나 장정일 작가의 경우도 선정성을 이유로 규제당했던 거다. 이번에 장르 문학의 폭력성에 대한 규제가 이뤄진 만큼, 앞으로 그 어떤 작가들도 자기검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즉, 글을 쓸 때 상상력에 제한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당장 나부터도 신진오 작가의 <상자>를 장편으로 쓰는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이걸 뭘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단순히 공포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장르 문학이 연대해 해결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 있다.

문제가 된 소설들에 등장하는 장면의 수위 정도는 사실 스티븐 킹이나 일본 유명 작가들의 책에서도 빈번하게 나오는 수준이다.
물론 그렇다. 지금 당장 비슷한 수위의 신체훼손 장면이 있는 책을 100권 넘게 찾아올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과의 비교를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 않다. 그건 마치 “모두 다 도둑질했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유치한 문제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는 이 심의제도 자체의 전근대적인 발상과 기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번 판결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이건 모든 간행물에 대해 공히 진행되는 사전심의가 아니다.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심의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선별하는지, 표본조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에 대해 투명한 설명이 필요하다. 가장 심각한 건 ‘신체훼손’이라는 특정 장면을 지적해 규제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상자> <들개> <모텔 탈출기>에 나오는 신체훼손의 내용과 수위는 모두 다를뿐더러, <모텔 탈출기> 같은 경우는 심지어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그 장면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토막살인 장면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 대상이 된다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일반심의기준에도 “4. 간행물의 성격과 영향, 내용과 주제, 전체적인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항목이 포함돼 있다. 이런 식으로 상상력을 거세해버리면 “한국에서 공포문학 더 이상 하지 마라”는 거나 다름없는 거다. 사실상의 검열이고, 전근대적인 발상의 폭력이다.

이전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나?
한 번도 없었다. 홈페이지도 이번에 처음 들어가 봤다. 심의기준에 대한 조항을 읽어봤는데, 문제의 소지가 많다.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의 경우 5조 폭력, 잔인성에 관한 조항 중 2번 “사지 절단 등 신체 손괴 장면을 사실적이며 잔인하게 묘사한 것”에 저촉됐다. 공포문학 작가들이 직접 토막 살인을 저질러본 것도 아니고, 묘사 자체가 문학적인 고민에서 나온 창작활동이다. 그런데 “사실적이며 잔인하게 묘사”됐다고 하는 건 무슨 소린가. 더불어 각 조항들을 보면 저촉이 안 될 장르 문학 작품이 단 한 권도 없다.

해외의 경우에도 이런 식의 심의제도가 있나?
캐나다의 경우에는 폭력성, 선정성에 대해 별점을 매겨 표기하게 돼 있다. 물론 판매는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이것은 판매를 해라, 하지 말라는 규제가 아닌 '이 책은 어떤 수위의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물론 선정성에 대해선 판매를 제한하는 조처들이 있지만, 장르 문학의 폭력성에 대해 이런 식의 규제를 하는 경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문화콘텐츠가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만들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정서에 좋지 않거나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는 막연한 이유로 물리적인 규제조치를 취하는 건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물리적인 규제를 취할 거면 물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장르 문학의 폭력적 장면이 범죄자와 정신병자를 만든다는 통계자료와 객관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관성도 형평성도 없이 이런 조치가 내려져선 곤란하다. 장면이 보기에 끔찍해 거북하다는 것과 실질적인 해를 끼칠 것이라는 전혀 다른 두 가지 사실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나갈 생각인가?
일단은 온라인과 언론매체를 통한 사실 알리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가장 절실한 건 장르 문학 작가들과의 연대다. 아직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공포문학의 문제니까'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의 19세 미만 구독불가 조치는 가깝게는 작가들의 자기검열에서부터 나아가 전체 장르문학의 발전과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저해하는 심각한 폭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저들이 다시는 이런 횡포를 휘두르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와 연대를 부탁한다.

사진 주성용


출처 - 필름2.0 (http://www.film2.co.kr/people/people_final.asp?mkey=2676)

by 유령 | 2007/01/04 02:26 | 인터뷰기사 모음 / 메모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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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의 19금 판정에 관해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 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amp;office_id=074&amp;article_id=0000016606 심의인가 장르 검열인가 한국 공포문학, 이대로 주저앉나? [필름 2.0 2007-01-17 19:20] 몇 가지 질문. Q) 만화책, 사진집, 괴담 모음집, 네티즌 소설, 외설서적, 전자간행물에 대해 19금 판정을 내리는 것......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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