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 한국의 공포문학과 공포영화의 미래 (1)


충무로 공포영화가 변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몇년 사이 관객과 만난 한국 공포영화의 대다수는 소재에서 차이가 있을 뿐, 담고 있는 공포 효과들은 복사기로 찍어내듯이 똑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문제의 핵심은 잘 짜인 공포 이야기가 없다는 데 있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알게 모르게 수준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 공포 문학을 통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의 공포문학과 공포영화의 미래 [1]

2006.11.10

충무로 공포영화가 변해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거세다. 몇년 사이 관객과 만난 한국 공포영화의 대다수는 소재에서 차이가 있을 뿐, 담고 있는 공포 효과들은 복사기로 찍어내듯이 똑같은 모습을 보여왔다. 문제의 핵심은 잘 짜인 공포 이야기가 없다는 데 있다. 그 해결책의 하나로 알게 모르게 수준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 공포 문학을 통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애타게 공포문학을 찾아서



온라인 창작집단 메드클럽을 통해 본 한국의 공포문학과 공포영화의 미래

공포영화를 단순히 사지 절단과 피바다 영화로 인식하는 관객은 다소 이상하겠지만,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야기다. 강한 비주얼을 내세우는 영화는 대개 알맹이가 없다. 이런 종류의 영화들은 뜬금없는 쇼크 위주의 영상과 피범벅으로 약한 이야기를 감추고 있지만, 사실 비주얼은 이야기를 더욱 강렬하게 만드는 도구로서 활용이 될 때 그 효과가 배가 된다.

단순히 잔혹하기만 한 영화들은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재미도 없는 게 대부분이다. 충무로 공포영화의 근본적인 문제는 장르영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들 영화 대다수가 심리적 공포를 추구한다. 장편영화 데뷔 코스 정도로만 활용되는 충무로 공포영화가(이건 정말 장르영화에 대한 모독이다) 대가들만의 영역인 심리적 공포를 좇는 것이다. 단순한 난도질 공포영화도 철저하게 계산된 호흡을 필요로 한다. 하물며 심리적 공포를 다루려 할 때는 가장 먼저 탄탄한 이야기 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이야기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월의 흐름과 무관하게 변함없이 사랑받는 공포영화들은 모두 좋은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친 한국 공포영화는 이제 긴급 수혈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병기 감독의 말처럼 공포 이야기를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는 공포 전문 시나리오작가, 그리고 그보다 탄탄한 공포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역량있는 공포 작가들이다. 후자는 각색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대부분의 훌륭한 공포 이야기는 공포 문학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공포 전문 시나리오작가의 출현은 희박하다. 따라서 한국 공포영화의 총체적 문제 해결책을 한국 공포 문학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한국 공포 문학의 현재


내실이 탄탄한 공포영화들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야 한다. 오늘날 미국에서 금광이나 다름없는 공포영화 시장은 더이상 언더그라운드에 머물지 않는다.

개봉 첫주에 제작비 모두 회수, 2~3주가 되면서 몇배의 이익을 내는 영화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이런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전통적인 공포영화의 강국인 미국, 영국, 일본의 영화들을 분석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공포 문학의 활성화가 없이는 영화도 없다는 것이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메리 셀리의 <프랑켄슈타인> 두 작품만 하더라도 수많은 영화, 또는 변형 버전들을 만날 수 있다. 비록 오늘날 미국 공포영화들의 대다수가 문학과 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그 단순한 난도질 영화들조차 공포 문학의 토양이 아니었으면 나오기 힘든 것이다.

공포영화와 공포 문학의 만남, 그 결과에 대한 확인을 필요로 한다면 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www.imdb.com)에서 1위에서 100위까지의 공포영화 목록을 살펴보라. 오리지널 스토리도 있지만, 많은 경우 문학을 베이스로 한 영화들이 많다. 일본도 역시 다르지 않다. 일세를 풍미한 공포영화들의 대부분은 모두 문학에서 출발을 했고, 아시아 전역의 공포영화 스타일을 단숨에 바꿔놓은 <링> 또한 영화보다 책이 먼저다.

그럼 한국 공포 문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안타깝지만 작가로 불릴 만한 이는 극소수이며, 문학을 베이스로 한 영화들의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그동안 제대로 쓰인 공포 문학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제작하는 쪽에서 관심있게 찾아보지 않은 탓도 있다. 냉정히 말하자면 그간 한국 공포 소설의 껍데기를 쓴 상당수는 잡문에 가까운 것이다.

그런 글들은 지금도 인터넷 여기저기에 널려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글을 쓰고 올린다. 게다가 하나같이 도시괴담의 성격이다. 글쓴이의 고뇌도, 깊이도 철학도 없는 단지 마무리 한방을 위한 얘기들이 넘친다. 다행히 최근 몇년 사이 이들 잡문과 공포 문학의 경계가 분명하게 그어지고 있다.

수준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단순히 그 가능성이 보인다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작가가 등장했고, 또 그들의 작품이 있다. 그리고 과거와 다른 점은 더이상 종이 매체에 머물지 않고, 영화로 진출하고 또 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된 모습을 엿보게 된다.

물론 공포 문학이란 베이스가 모든 고민을 해결해주진 않는다. 이우혁의 <퇴마록>, 이종호의 <분신사바>는 소설로서 모두 인정받았지만, 영화화는 매끄럽지 못했다. 이러한 실패는 앞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 거쳐가는 시행착오 과정의 하나에 불과하다. 좋은 공포 이야기는 지금도 나오고 있고, 얼마든지 좋은 공포영화로 재탄생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포영화 팬들에게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이종호 작가의 <이프>라는 소설이다. <이프>는 첫장을 넘기면 단숨에 끝장까지 내달리게 하는 강한 흡인력을 지닌 작품이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기이한 자살 사건의 비밀을 촘촘하게 엮어가는 이야기의 얼개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 매료되는 것은 공포의 영역을 다루면서 한국적인 상황을 유연하게 결합한 점이다.

이른바 한국적 정서라는 것을 녹였기 때문에 독자들의 깊은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때문에 <이프>는 무섭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한국적인 상황이 만들어낸 사실적인 이야기로, 공포 문학에서 쉽지 않은 강한 슬픔까지 끌어안고 있다.

이종호 작가는 <유체이동> <흉가> <모녀귀> <이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재능있는 작가에서 한국 공포 문학을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글을 쓰는 것 외에 또 하나의 일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 메드클럽(http://themadclub.net/)을 통해 공포 장르에 재능있는 이들이 작가로 성장하는데 있어, 견인차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메드클럽, 작가 발굴과 충무로와의 윈윈까지


메드클럽은 2006년 5월에 결성된 공포 작가 모임으로, 지난 8월 인터넷에 피의 둥지를 틀었다. 메드클럽은 이종호 작가가 몇년 동안 온라인을 통해서 재능있는 작가들을 찾아 결성한 모임이다. 이곳에 모인 작가 중에는 이미 공포영화 팬들에게 친숙한 이들도 있다.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메드클럽에서는 황금가지의 밀리언셀러클럽 시리즈 국내편으로 <공포문학단편집>이 출간이 될 예정이다. 이 단편집에서는 메드클럽의 작가들이 쓴 단편들이 수록되며, 앞으로 꾸준히 단편집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작가는 한국 공포영화가 진화되는 데 있어 적지 않는 역할을 해낼지도 모른다.

현재 이종호 작가는 안병기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분신사바> 외에도 3편의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 <흉가> <이프>, 그리고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영화 계약부터 체결한 <붉은 기와집>이 있다. 메드클럽 소속의 김종일 작가의 <몸>은 황금드래곤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이미 공포영화 팬들로부터 재미있는 소설로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던 작품이다.

<몸>은 현재 충무로 중견 감독에 의해 영화화 논의가 진행 중이고, 필명 니르바나의 <령> 역시 영화화 진행에 관한 논의가 있다. 이처럼 메드클럽은 작가 발굴과 그들이 쓴 이야기를 모아 책으로 내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기능적인 일을 수행한다.

바로 메드클럽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충무로와 연결하는 것이다. 그것은 메드클럽의 미래의 일이 아닌 현재 진행이 되고 있다. 적어도 장르 문학의 소비층이 약한 한국에서는 글을 쓰는 것 외에도 작가들 스스로가 더욱 발전하고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

충무로는 좋은 공포 이야기를 찾고 있고, 메드클럽은 그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또 만들어내는 전문 작가들이 있다. 이종호 작가는 누구보다 한국 공포 문학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대부분의 공포 소설들은 초판도 넘기기 힘들 정도로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작가와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져나가기란 쉽지 않다. 공포 문학 작가들의 고난과 공포 문학의 고전은 단지 출판 영역의 것만은 아니다.

땅이 좋지 않으면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공포 문학은 공포라는 장르에 속하는 모든 것들의 출발점이자 기본이다. 단순히 2007년의 한국 공포영화가 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공포 장르는 문화의 벽을 쉽게 넘어선다.

탄탄한 공포 문학을 베이스로, 그것을 장르를 이해하고 능숙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재능있는 이들이 하나가 되었을 때 한국의 공포영화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메드클럽은 공포 문학 작가들의 의미있는 첫 번째 결합이자, 충무로로 향한 공포 문학의 첫 번째 러브 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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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령 | 2007/01/30 11:19 | 인터뷰기사 모음 / 메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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